파나티컬 리퍼 번들 8 라인업 중에 하나였던 섀도우 : 어웨이크닝(Shadows : Awakening)을 마무리하였다. 쿼터뷰 액션은 좋아하는 장르인만큼 기대를 하고 플레이 하였지만 개인적으로 그리 즐겁고 유익한 플레이 경험은 아니었다. 사실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플레이하는 태그 액션 시스템은 당시엔 참신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현시점에서는 제법 익숙한 시스템이다. 상황에 맞게 파티를 재구성하고 스킬간에 연계를 생각하여 조합도 해줘야 하는건 덤.
NPC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냐에 따라 스토리 흐름이 약간씩 바뀌는 부분도 있었지만 핵심 스토리는 바뀌진 않았다. 대신 어떻게 대답하고 어떻게 진행하냐에 따라 동료가 바뀌기도 하고 그 회차에선 다신 만날수 없기도 하였다. 때문에 게임을 100% 즐기기 위해선 다회차가 강요되기도 하는데 만나지 못하였던 캐릭터들이 어떤 캐릭터들이였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굳이 다시 플레이하기엔 너무나도 불편한 게임이였기에 1회차로 만족하기로 했다.
후기를 쓰며 재밌는 점이 느껴졌는데 섀도우는 최대 4명까지 파티를 구성할수 있으며 1명은 악마로 고정이다. 때문에 추가 파티원은 3명이고 스킬은 여러개가 있지만 3개만 퀵슬롯으로 올릴 수 있으며 스킬의 최대 레벨은 3이다. 3에 집착하는 건 의도된 사항일까?
본 게임은 핵 앤 슬래시 장르로 소개되어있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해보면 핵 앤 슬래시보단 어드벤처 장르쪽이 맞다고 생각되었다. 그전에 핵 앤 슬래시의 장르부터 다시 정립해보자면 내가 생각하는 핵 앤 슬래시는 스토리의 비중은 낮고 다수의 적들을 썰어가는게 메인 컨텐츠인 게임을 핵 앤 슬래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 디아블로 시리즈가 있다. 때문에 핵 앤 슬래시라는 장르는 대량의 몬스터들을 도륙시키는 손맛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하지만 섀도우는 그런 손맛을 느끼기엔 스토리의 비중이 너무나도 높으며 맵은 너무할 정도로 크다. 그렇다 해서 액션 부분이 즐겁냐? 물론 그것도 아니다. 아무리 많은 스킬들이 준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무언가 결여된듯한 밋밋한 이펙트들과 스킬 효과들은 화려한 그래픽에 비해 너무나도 수수하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방대한 맵들에 있지 않나 싶었다. 던전일 경우 미로처럼 꼬아놓은 지형과 함정으로 플레이어를 괴롭히기 까지 하였다. 그렇다 해서 함정을 풀기 위한 퍼즐들이 쉬운것도 아니다. 힌트는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고 때로는 순발력과 기억력을 테스트하기까지 하였다. 덕분에 열나게 스크린샷을 찍거나 공략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장비 파밍의 맛도 부족하다. 섀도우의 고급장비는 보통 서브퀘스트의 보상이거나 혹은 던전 가장 깊숙한 곳에 짱박혀 있는 상자에서 등장하였다. 추가로 상점에서도 판매하긴 하지만 상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장비는 상당히 비싸기까지 하고 잘 파는 편도 아니였다. 덕분에 고급 장비를 얻기 위해선 맵들을 구석구석 살펴보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임이였다. 솔직히 이런 부분들까지도 참고 플레이 할수는 있었다. 다음 문제만 없었다면.
섀도우의 캐릭터들은 이동속도가 너무나도 느리다. 비록 이동관련 옵션과 스킬에 투자하면 그나마 나아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들을 상회할정도로 맵이 크고 복잡하면서 다양하기까지 했다. 그나마 워프포탈 같은게 있긴 하지만 부족한건 마찬가지. 특히나 게임 특성상 던전 탐사를 자주 하게 되는데 던전 깊숙한 곳에는 포탈이 없다. 덕분에 퍼즐을 풀고 깊숙한 곳까지 갔다가 내가 안쓰는 장비를 얻었다가 다시 되돌아가서 퍼즐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였다.
그나마 다행이였던건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빠른 캐릭터가 있긴 있었다. 말벌인데 만약 이런 캐릭터마저 없었다면 아마 중도하차하지 않았을까? 필드와 던전만 크다면 모를까 마을들까지도 커버리니 답답한게 이만저만이 아니였던 게임이였다. 그렇다 해서 트래쉬 게임이라고 치부하기엔 세세한 디테일면에선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였다. 주변 환경 표현, 게임 내 분위기, 그래픽 등은 너무나도 완벽한 게임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디테일한 부분들을 받쳐줄 스토리는 조금은 붕 뜬듯한 느낌이고 액션은 턱없이 지루한게 가장 큰 문제였지 않나 싶다. 액션 부분을 조금 더 다뤄보자면 각 캐릭터마다 스킬이 여러 개가 있지만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겨우 3개밖에 없다. 하지만 기본 캐릭터인 악마 포함 영혼을 3명까지 둘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직접 영혼들 간 스킬들의 연계를 생각해가며 12개의 스킬을 굴리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가능하긴 하다.
때문에 더 아쉬운 게임이었다. 퍼즐의 빈도를 조금 줄인다던지, 서브 퀘스트 쪽으로만 빼버리고 액션을 더 보완하여 핵 앤 슬래시와 어드벤처 비율을 반대로 두어 시원시원한 액션을 지닌 게임이었다면 조금 더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게임이었지 않나 싶다. 물론 취향 차이겠지만 개인적으론 오래 하고 싶은 게임은 아니었다.
스팀에선 한글화 미지원으로 되어있는데 설정만 바꿔주어도 100% 한글 지원이 가능한 게임이기도 하다. 시원시원한 액션 핵 앤 슬래시 게임을 원한다면 비추. 스토리 중심 어드벤처 롤플레잉 게임을 원한다면 그래도 추천 할만한 게임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정가가 43,000원인데 굳이 정가로 주고 사진 말자. 할인도 많이 되는 게임이기도 하고 번들로 끼워 팔기도 하는 게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