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소개
2018년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 ‘오르나 (Orna: The GPS RPG)’는 현실 지도를 게임 필드로 사용하는 GPS 기반 RPG다. 플레이어가 실제로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잡고 경험치를 얻는 방식은 포켓몬 GO를 떠올리게 하지만, 8비트 감성의 도트 그래픽과 턴제 전투 시스템 덕분에 게임 전반에서 진한 올드스쿨 향기가 풍긴다. 덕분에 호불호는 조금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딱 그 올드한 감성 속에서 새로운 야외 활동의 동기를 부여해 준다는 데 있다.
게임 방식
기본적으로는 심플하다. GPS 기반이라고는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몬스터 리젠률이 꽤 괜찮고, 등장하는 몬스터도 레벨에 맞춰 출현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 하지만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결국 밖으로 나가야 한다. 보스, 던전, 중립 건물 등 다양한 콘텐츠는 ‘직접 이동해야’ 접근할 수 있다.
보스는 일반 몬스터보다 강하지만 보상도 월등하며, 전투에서 패하더라도 5분 후면 재도전이 가능해 부담 없이 ‘헤딩 플레이’가 가능하다.
특히 ‘지역 점령’ 시스템은 PvP의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핵심 요소다. 다행히 유저 밀도가 낮은 지역도 많아서, 고레벨 유저와 직접 경쟁하지 않아도 자신의 지역 하나쯤은 확보할 수 있다. 점령 지역이 많을수록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로 보상이 지급되기 때문에 이동이 많을수록 보상도 쌓인다.
과금 요소? 현실에서 한다
이 게임의 큰 장점은 실질적인 과금 유도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아이템과 콘텐츠는 게임 내에서 모두 수급이 가능하다. 굳이 돈을 쓰자면 캐릭터의 외형 정도만 꾸밀 수 있다.
그런데 정말로 돈을 쓰게 되는 건 게임 안이 아니라 밖이다. 예를 들면 대중교통 요금, 자가용 기름값, 간식비 등. 실제로 움직여야 콘텐츠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으니, 게임은 무료인데 현실 지갑은 얇아지는 묘한 아이러니가 생긴다. 필자의 경우 친구에게 운전을 시키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하다 보니 오르나를 시작하고 한동안 살이 빠지는 효과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원상 복귀했지만…🫠
지역성과 유저층
게임은 출시 3년이 지난 2021년에 공식 한글화를 지원하면서 국내 유저층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 유저들의 성장 속도와 시간 투자량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뉴비가 따라잡기엔 다소 벅찬 면도 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르나는 속도보다는 ‘지속’이 중요하다. 하루하루 이동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재미, 나만의 지역을 확보하는 쏠쏠한 성취감,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플레이 구조. 이 게임의 진짜 매력은 어쩌면 레벨이 아니라 ‘기록’에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며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면 기름값과 식비, 그리고 함께 돌아다녀 줄 친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부담스럽다면 그냥 천천히, 산책 삼아 즐기면 된다. 오르나는 그런 여유를 허락하는 RPG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