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소개
모바일 게임을 자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그 회사, 카이로소프트(Kairosoft). 아기자기한 도트 그래픽과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로 유명한 이 제작사의 작품 중에서도 ‘던전 마을 스토리(Dungeon Village)’는 비교적 오래된 대표작이다. 최근 다시 한 번 플레이해봤는데, 여전히 카이로소프트 특유의 낭만과 한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게임의 구조
플레이어는 마을을 경영하면서 모험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모험가들이 던전을 돌고 몬스터를 처치해 벌어오는 골드로 마을을 키워나가며, 덕분에 모험가들이 더 강해지고… 뭐 그런 순환 구조다.
문제는 이 게임의 핵심이 ‘경영’이 아니라 모험가의 스펙이라는 점이다.
시설이나 아이템이 아무리 다양해도 결국 강한 모험가가 모든 걸 해결한다.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하긴 하지만, 결국 기초 체력이 낮은 마법사 같은 직업은 몬스터 한 방에 나가떨어지고, 유저는 체방 높은 기사 계열에 ‘공격 횟수 증가’ 특성을 우겨넣게 된다. 선택지가 많아 보이지만, 사실상 정답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전략의 다양성이 떨어진다.
반복과 루틴, 그리고 불편한 조작
카이로소프트 게임 특유의 구조도 여전하다. 겉으로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하이스코어를 노리지 않으면 반복 루틴의 연속이다. 목표는 오직 카이로 군 획득. 여러 직업이 있긴 해도 결국은 카이로 군으로 전직하기 위한 중간 단계일 뿐이다. 훈장을 5번씩 주는 것도 귀찮다.
게다가 조작의 불편함은 게임의 재미를 꽤 많이 갉아먹는다. 예를 들어 모험가나 상점에 아이템을 먹이거나, 마법 항아리에 재료를 넣을 때 하나하나 수동으로 클릭해야 한다. 게임을 할수록 아이템은 쌓이는데, 그걸 한 개씩 넣고 있는 내 손가락은 점점 무감각해지고, 결국 나도 모르게 게임을 ‘방치’하게 되는 상황에 도달한다.
그래도 나쁜 게임은 아니다
이 게임은 확실히 재미는 있다. 그런데 그 재미가 과거를 추억하는 재미라는 데에 있다.
지금 와서 처음 접하기엔 불편함이 너무 크고, 카이로소프트를 예전부터 즐겨온 유저라면 이 시리즈의 후속작인 던전 마을 스토리 2를 바로 플레이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그래도 단점만 가득한 게임이라고 단정짓긴 어렵다. 카이로소프트 특유의 감성과 도트 그래픽, 그리고 ‘성장시키는 재미’만큼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 딱 그 시절 모바일 게임 감성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즐기기엔 충분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