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정보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90년대에 출시된 국산 RPG 창세기전2의 리메이크작이다. 오랜 시간 창세기전을 기다려온 팬들 사이에서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게임을 시작으로 창세기전3, 외전 시리즈까지 리메이크되리라는 희망이 있었으나, 출시 직후 개발사인 레그 스튜디오가 해체되면서 프로젝트는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모바일 게임 아수라 프로젝트가 명맥을 잇고 있긴 하나, 패키지형 정통 RPG를 바랐던 팬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위안이다. 차라리 게임이 졸작이었다면 실망도 덜했겠지만, 완벽하진 않아도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성이 있었기에 더 아쉬운 비운의 게임으로 남게 됐다.
콘텐츠
전통적인 SRPG 방식으로, 캐릭터 육성과 전략 전투를 통해 스토리를 따라가는 일자형 구조의 게임이다. 그런데 육성 시스템부터 꽤나 피곤하다.
이 게임은 전투 승리로 전체 파티가 경험치를 받는 구조가 아니다. 전투 중 특정 행동을 한 캐릭터만 실시간으로 경험치를 얻기 때문에 육성이 필요한 캐릭터에게 억지로 막타를 밀어주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전직 시스템도 형식적이고, 지루한 모험 모드, 전략이라 하기 민망한 전술 전투 모드 등 스토리를 제외한 외적인 요소는 "이걸 7년 동안 만들었다고?" 싶은 수준. 전반적인 콘텐츠 완성도는 아쉬움이 크다.
게임 평점
그래픽 : ⭐⭐⭐⭐ [4/5]
리메이크의 가장 큰 성과다. 원작의 도트 그래픽에서 일러스트와 3D 모델링 간의 괴리가 적은 깔끔한 비주얼로 발전했다. 컷신 몰입도도 높은 편이다. 다만 캐릭터 간 연출 퀄리티 편차는 크다.
예를 들어, 흑태자의 아수라파천무와 칼스의 천지파열무는 진짜 초필살기 느낌이 나지만, 비검 설화난영참은 눈물 날 정도로 초라하다.
사운드 : ⭐⭐⭐ [3/5]
효과음과 BGM은 괜찮은 수준이다. 문제는 자랑하던 풀더빙인데, 이게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대사만 보고 녹음한 듯한 연기 덕분에 감정선이 어긋나는 장면들이 종종 발생한다.
결국 감정이입은커녕 민망함은 플레이어의 몫이 되어버렸다.
편의성 : ⭐⭐⭐ [3/5]
그래픽과 사운드는 2020년대로 넘어왔지만, 시스템은 아직도 90년대에 머물러 있다.
아이템 비교조차 불편하고, 쓸모없는 전직 시스템, 지루한 모험 모드, 그리고 조작감이 최악인 항해 모드까지. "스위치에서 돌아간다"는 사실만으로는 최신 게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겉만 번지르르한 구식 시스템이다.
스토리 : ⭐⭐⭐⭐ [4/5]
원작의 완성된 시나리오에 리메이크를 통해 각색이 더해지면서 창세기전 특유의 웅장함과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연출 및 더빙 문제로 인해 스토리텔링은 기대 이하. 좋은 재료로 엉성하게 요리한 느낌이다. 원재료의 맛은 훌륭한데, 조리 미흡으로 풍미를 못 살린 요리 같은 작품이다.
난이도 : ⭐⭐⭐⭐ [4/5]
좁아진 전장과 과하게 강력한 광역기 덕분에 전략성보다는 화력 싸움에 치우친 난이도다.
육성 난이도는 높고, 스토리를 모르면 중간에 갑툭튀 퇴장하는 동료들 때문에 당황하기도 한다. 다만 초필살기와 아이템을 적절히 활용하면 전체적으로 아주 어렵진 않다. 캐릭터 간 밸런스는 들쑥날쑥하다.
공략과 팁
스위치용 게임답게 트로피나 업적을 노리지 않는다면 큰 공략 없이도 클리어는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도전과제를 수집하려면 다회차 플레이가 필요하다.
게임 관련 커뮤니티(루리웹 등)에서 유저 공략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추가 팁 하나! 파티에서 이탈한 캐릭터의 장비는 그대로 인벤토리에 남는다. 따라서 장비를 돌려쓰기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라 란드그리드의 실피드를 초반에 G.S에게 넘겨주는 건 필수급 선택이다.
플레이 후기
총 플레이 시간은 약 74시간, 실질적인 진행 기간은 1개월 이상이었다. 이 게임 하나 하겠다고 스위치를 팔지 않고 기다려왔건만, 그만큼의 재미는 아니었다. 역시 기대는 적당히 해야 한다.
단점도 많고 결국 팀 해체로 유작이 되어버렸지만, 어린 시절 추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의미 있는 게임이다. 기대만큼 실망도 컸지만, 그 모든 감정을 포함해 ‘회색의 잔영’ 은 창세기전 팬에게 복잡한 감정을 안겨준 작품이었다.